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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해운 담합' 23개 선사에 과징금 962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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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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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한경닷컴 정의진 기자. 남정민 기자. 김소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국내 몇몇 해운업계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절차에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해운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며 맞서고 있는데요. 

과연 절차상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결과가 정당하면 용서될 수 있는 걸까요?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투명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절차를 지켜 행정행위상의 투명성을 재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올바른 절차를 거쳐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 내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해운업계 "행정소송 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해운 등 23개 국내외 해운업체가 해상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해운 등 23개 국내외 해운업체가 해상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고려해운 등 23개 국내외 해운업체가 해상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12개 국적선사와 해외 11개 외국적선사는 2003/12월부터 2018/12월까지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에서 120차례에 걸쳐 기본운임 등을 합의했다. 선사들은 합의 시행 여부를 서로 감시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에 6억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해운업체의 담합이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해운법은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해운업계 특성상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금력을 갖춘 소수의 거대 선사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를 일부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운업계가 해운법에서 규정한 공동행위의 절차상·내용상 요건을 지키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해운법 제29조는 운임 공동행위를 하기 전에 선사들이 화주단체와 사전에 협의하고,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23개 업체는 이 요건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해운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절차상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운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 "해운담합 앞으로도 강력 제재" vs 업계 "해운법 무력화"

 

“이번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23개 해운업체의 담합(공동행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해운업계 및 해양수산부와 조화를 이루겠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사자성어다. 조 위원장은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경쟁당국의 역할은 변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해운분야 불법 운임 담합에 대해선 엄정한 법 집행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해운업계와 해수부는 즉각 반발했다. 해운업계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고, 해수부는 “업계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법에서 정한 요건 안 지켜”

 

이번 사건은 2018/9월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동남아시아 항로에서 해운사들의 담합이 의심된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03년부터 15년간이다.

 

공정위, '해운 담합' 23개 선사에 과징금 962억 부과

쟁점은 해운업계가 공동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요건을 지켰는지 여부였다. 공정위는 23개 해운업체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요건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운법 제29조는 운임 공동행위를 위해 두 가지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운임을 인상하기 전에 화주단체와 협의하라는 내용이 첫 번째 요건이다. 두 번째 요건은 협의 내용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공정위는 해운업계가 15년 동안 120회 운임 합의를 하면서 한 번도 화주단체와 협의한 적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운법 제29조는 △공동행위 탈퇴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부당한 운임 인상으로 인한 경쟁의 실질적인 제한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상 요건도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합의 사항을 상호 감시·지적하면서 합의 위반 내용이 적발된 선사들에 벌금까지 부과했다는 점에 비춰 내용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23개 해운업체가 이 같은 담합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선사들이 대외적으로는 운임을 합의해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개별선사 자체 판단으로 결정했다고 알리는 한편, 운임 회사별 인상폭을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00원 정도의 차이를 두며 담합 의심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꼬리가 몸통 흔들어서야”

 

한국해운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정위가 절차상의 흠결을 빌미로 해운 기업들을 부당 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그야말로 꼬리(절차)가 몸통(공동행위 허용 취지)을 흔들어대는 꼴”이라고 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국회를 설득해 공정위가 앞으로는 해운업계의 운임 공동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어렵게 재건해온 한국의 해운산업을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의) 해운 공동행위 적용을 제외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 농해수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해수부는 해운법 개정 방향에 대한 합의된 의견을 조율해 조만간 국회 농해수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공정위가 과징금을 당초 8000억원에서 962억원으로 대폭 줄인 것은 업계 및 해수부 반발과 공정위 권한을 축소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신경 썼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